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의 대안 성격입니다. 이로써 정부는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인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법인의 재무적 결정에 대해서만 일반 주주 보호 노력을 명시하는 등 핀셋 개정을 추진하고자 하지만 이것은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아닙니다.
목차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일반 주주 보호 노력 명시
상장법인이 합병, 중요한 영업·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이전·교환, 분할, 분할합병을 할 때 이사회는 합병 등 목적, 기대 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 공시하는 등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됩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 등의 가액 결정에 외부평가기관의 평가·공시가 의무화됩니다. 또한,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려면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상장되는 자회사 기업공개 주식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됩니다.
상장법인에 한정하는 핀셋 개정
정부는 자본시장법의 특정 조항만 개정하는 핀셋 개정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상장법인의 특례 조항 중에서 합병 등에 대한 사항에 대해서만 일반 주주 보호 방침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유상증자, 자기주식 취득 등에 대한 사항은 제외되었습니다. 애초에 정부는 상법 개정을 검토했으며, 대통령도 일반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최종적으로 자본시장법 핀셋 개정으로 선회했으며 이는 일반주주 이익 보호라는 명분은 약화되었습니다.
사실상 상법 개정은 반대
재계 반발 수용
정부가 상법 개정 대신 상장법인 2400여곳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하는 것은 예상보다 큰 재계 반발 때문입니다. 실제로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 사장단과 한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 의견 등을 표시하며 상법 개정 반대 긴급 성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 최소화
상법은 일반법으로 모든 법인 103만여곳이 적용 대상이지만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 2400여 곳에만 적용됩니다. 정부는 상법 개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다수 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자본시장법에서는 상장법인의 재무적 거래에 대해 각종 제한 조항을 둘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규제가 가능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당과 협의하여 의원 입법으로 빠른 시일 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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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한계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계열사 간 합병, 물적분할 후 재상장 등과 같은 특정 사안에만 국한된 핀셋 개정으로 소액 일반주주의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또한, 상장법인의 이사에게 일반주주 이익 보호 노력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이행 지침이 없는 것도 미비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도 필요
우리나라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지적되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그동안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이익 보호가 언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기업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한계가 분명한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선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포괄적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도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맺음말
정부는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실효성 있는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합병, 분할 등에만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주주 보호 방침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두산그룹의 두산 에너빌리티와 두산 로보틱스의 분할 합병 문제와 같은 사례는 방지할 수 있겠으나, 고려아연의 기습 유상증자에 따른 일반 주주 피해와 같은 사례는 막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시장과 개인 투자자가 꾸준히 요구해 온 기업의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의 대책입니다.